목포시에서 건립 중인 "자연사문화박물관"의 명칭이 "목포자연사박물관"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어제(10월24일) 자문위원회를 개최한 후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자문위원회는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다. 요즘 목포시 문화정책에서 자문위원회는 일방적인 행정에 대한 비난여론을 막아주는 방패막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명칭 변경이 뭐 그리 대단한가? 그리고 어감 상 '자연사문화박물관' 보다는 '자연사박물관'이 부르기도 더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련의 추진과정을 볼 때 최종 명칭의 결과는 또 한번 속았다는 생각과 역시나 "눈 가리고 아웅"이었구나 하는 강한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목포에 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게 된 것은 그 시작부터 '돌연변이'적인 것이었다. 새삼스러 그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자연사문화박물관"이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했던 연유를 살펴보자. 목포시의 자연사박물관 계획이 알려지자 목포권 학계나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점으로 제기된 것은 크게 대표적인 것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런 대규모의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을 수립하면서 '자문위원회'에 하나 구성하지 않고 일을 추진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기본 계획이 다 수립된 후에 뒤늦게 형식적인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자문위원회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고, 몇몇 전문가들은 전문위원회의 형식적인 운영에 반감을 갖고 등을 돌려 버렸다.
둘째는 박물관의 성격에 대한 것으로 정작 목포에 필요한 것은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서 문화적인 전시공간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 명칭을 "자연사 문화 박물관"으로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
"자연사 문화 박물관" 이름을 사용하면서 단순히 자연사적인 내용만이 아닌 목포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며 당시 시민단체와 학계의 반발을 애써 무마시키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개관을 앞 둔 지금 시점에서 자연사박물관으로 이름을 확정한 것은 결국 그간 박물관이 자연사에 모든 초첨을 맞추고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그동안 "자연사 문화 박물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던 것은 자연사박물관에 대한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사실 명칭만 "자연사 문화 박물관"이었지 그 추진과정에서는 점점 '문화'가 소외되어 갔고, 찬밥신세였다.
본 건물에 전시공간을 확보하지 못하자, 기존의 향토문화관을 문예역사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별도건물로 문예역사관을 신설한다고 하기도 했고, 지금은 구 건물을 보수해서 한 층(2층)에만 문예역사관을 두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
결국 "문화"가 포함된 박물관을 짓겠다고 하던 약속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문예역사관을 별도로 마련하는 일이 애물단지처럼 되 버렸다.
몇 년 전부터 "자연사문화박물관"으로 사용되던 명칭이 최근의 보도자료에는 "자연사박물관"으로 어슬쩍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명칭에서 "문화"자가 빠졌다는 이야기는 박물관의 전문인력에서도 문화전문가가 빠진다는 이야기다. 당초 "자연사 문화 박물관"으로 짓겠다고 했을 때, 목포시는 전문인력으로 4-5명 정도의 학예연구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 중에는 목포의 역사와 문화 파트를 담당하는 학예사도 한사람 정도 배치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실제 선발에서는 자연사 관련 학예사만 채용되었다. 현재 목포시에는 학예연구원이 6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숫자만으로는 타 시군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목포역사나 문화재, 문화예술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없는 셈이다.
향토문화관이 개관한지 20년이 지나서야 시설보수에 들어갔다. 현대적인 전시시설과 최신 연출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내년 6월말까지 임시휴관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20년 동안 향토문화관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는 제공했지만, "향토문화관"이라는 이름 값을 하지는 못했다. 이번 계기로 향토문화관이나마 진정 우리 고장을 제대로 알리고 자랑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 탄생되기를 기대해봐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로는 별 기대를 갖기 어렵다. 새 단장을 할 내용물의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정 화가의 전시실을 3층에 마련한다는 계획안은 벌써부터 고개를 젓게 만든다.
